서평쓰기
[서평] 단 한 사람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7. 8. 21:05
죽음이 없는 삶은 불완전하다
제목이 전해주는 메시지가 이야기의 시작이고, 끝이다. 왜 단 한 사람 일까? 그건 사람의 힘으로 할 수가 없다. 신이, 정령이, 나무가 내리는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 단 한 사람을 구하되 내 마음대로 구할 수도 없다. 그저 정해진 명령대로 단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다. 구하라는 명령을 거역하면? 내 몸에 고통이 배(倍)가 되어 공격을 해 온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운명처럼 정해진 단 한 사람을 구해야 한다. 이런 운명을 받은 사람이 할머니, 엄마, 딸, 조카로 이어진다.
'언젠가 사라져 버릴 당신과 나를 영원히 사랑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습니다. 지금 내 마음에는 광활한 하늘과 드넓은 바다. 거센 바람을 타는 새, 비바람에도 한 자리에서 다만 흔들리는 나무가 있습니다. 단 한 사람. 당신이 있습니다. ' 작품 후기인 '작가의 말'에서 밝힌 작가의 소감이다.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내 나무는 마치 신령처럼 존재한다. 주인공 목화에게 단 한 사람을 살리도록 다른 사람들을 소거시키는 것도 나무다.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 산 나무는 8만 년을 살았다는 미국 유타주의 사시나무 군락이다. 줄기 하나에 수 백개의 가지가 붙어서 죽고 살기를 반복하는데 그 뿌리의 크기가 4.3헥타르( 43,000제곱미터)에 이른다. 호모사피엔스가 3만년 전에 출현했다고 하는데 그 이전인 네안데르탈인일 때부터 지구상에 존재했다는 말이 된다. 또 하나의 나무는 스웨덴에서 2008년에 발견된 9550년 된 독일가문비나무로 줄기가 죽어도 뿌리가 살아서 500~700년마다 새 줄기를 재생하여 나무를 유지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160p) 사람의 탄생이란 어쩌면 뿌리째 뽑히는 것. 사랑의 시작 또한 어쩌면 뿌리째 뽑히는 것(139p)라고 말한다. 뿌리를 뽑혔으니 그 끝을 향해 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라는 의미다.
삶은 죽음과 탄생을 모두 담는 그릇이다. 죽음 없는 삶은 불완전하다. (210p) 여기 없는 사람이 나를 도울 수는 없다. 그러나 지켜줄 수는 있다. 그 믿음은 내 안에 있다. (215p)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의 언어로는. 말해 버리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229p) 그분은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보고 있는가. 신을 찾는 사람은 자기 속부터 들여다봐야 해. 거기 짐승이 있는지. 연꽃이 있는지. 기도로 구할 수 있는 건 감사하다는 말뿐이지. 나머지는 다 인간 몫이야. (14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