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2024. 7. 1.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7. 2. 06:56

건너뛴 삶

 

오늘 해결하지  못한 고민들은
시간과 함께 스스로 물러간다
쓸쓸한 미소이건
회한의 눈물이건

 

하지만 인생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건너뛴

본질적인 것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담요에 싸서 버리고 떠난 핏덩이처럼

건너뛴 시간만큼 장성하여 돌아와

어느 날 내 앞에 무서울 얼굴로 선다

 

-박노해 <건너뛴 삶> 전문-

 

치열하게 살아내지 않으면 다시 돌아와 같은 질문의 답을 요구하는 게 인생이다. 병도 그렇다. 아파야 낫는다. 사는 일도 그렇다. 할 일은 해내야 한다.

 

"엄마가 다정하게 내 말을 들어주면 좋겠다. 엄마가 집에서 밥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엄마랑 집에서 쉬고 싶다."

 

"낳아만 놓으세요. 나라가 키우겠습니다. " 저출생 대책을 늘봄(늘 봄같은)학교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대책에 대한 당사자인 아이들의 말이다.  제 아무리 학교가 좋아도 집만 하겠는가? 차갑고 덩치 큰 건물 안에서 아침7시부터 저녁12시까지 있는 게 아이의 선택일까?

 

특히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대다수가 위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엄마의 따뜻한 밥, 사랑, 안전한 집에서의 쉼이 부족하다. 그래서 "나 좀 봐주세요."라고 절규하듯이 문제행동을 일삼으며 엄마의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고 있다. 그 대상이 선생님이면 교권문제로, 학생이면 학교폭력으로 번질 정도의 과도한 행동으로 요구하고 있다. 어쩌면 사랑을 달라는 표현조차도 배운적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중학교 1학년을 '신인류'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감사할 줄도 모르고 미안해 할 줄도 모르고 거짓말에 능하고 남 탓으로 일관하니 교사들이 감당해내기가 버겁다는 정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말이다.

 

박근혜정부 시절 양육수당을 지급하면서 영유아까지 어린이집에 맡긴 엄마들을 일터로 내몰았다. 그 아이들이 지금 중학생이 된 것이다. 의무교육에 급식비도 공짜이니 학교에서 받는 모든 행위자체에 대해서도 감사할 이유가 없어졌다. 당연히 내가 낸 세금으로 누린다는 생각 뿐.

 

중학생이 사회인이 되려면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그 이후는 더욱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들 '신인류'가 우리가 만날 신입사원이고 이들이 부모가 될 것이다.

 

최소한 태어나서 3년동안은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아야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우리가 건너뛴 부모 양육의 문제는 우리 앞에 다시 돌아와 무서운 얼굴로 묻는다.

당신들이 원한 사람이 감정도 모르고 겉만 어른인 그런 사람이냐? 그들이 만드는 미래에 우리도 함께 할 것이다. 결과가 어떤 유형이든 감당해내야 한다. 우리가 건너뛰어도 된다고 생각한 순간을 되돌려야 한다. 양육은 가정에서, 부모가 책임지고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늘봄(늘 봄같은)이라니? 언제나 봄이면 꽃도 없고 열매도 없다. 봄만 계속된다면 그건 지옥이다. 숨막히는 에너지가 솟아올랐는데 에너지를 쓰지 못하고 또다시 봄이라니? 그 새싹들은 영원히 새싹일 수 없다. 큰 나무와 꽃이 되지 않는 한 시들어 죽거나 말라 죽을 것이다.

 

교육부가 전면 실시를 밝힌 늘봄학교 정책을 바라보며 박노해 시인의 시를 정책입안자에게 보내고 싶어졌다.  정직하게 겪으면서 피하지 앐고 살아본 사람은 안다. 겪어내고 나야 인생을  흘려보낼 수 있다는 걸. 사계절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뙤약볕이 두려워도 그 볕에 익은 복숭아, 수박이 달디단 것을.  한여름에 남들보다 늦게 피는 배롱나무 꽃이 장마지고 한층 돋보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