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2024 글쓰기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6. 24. 22:50
"뒷모습이 정말 아름다우세요."
이런 말을 들어보셨나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아름답다니 "칭찬이죠? 감사합니다. "라고 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니 그럼 앞모습은 별로인데 뒷모습만 괜찮다는 건가?' 하는 서운함도 조금은 생겼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사람이 또 같은 말을 내게 했을 때는 왜 그런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자세가 바르고 반듯하여 차려입은 옷태가 보기에 좋다는 의미가 아닐까? 값비싼 옷은 아니더라도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입고 자세가 바른 사람을 볼 때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나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반듯하다는 말이니 칭찬이 맞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늘 오후 1시경에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요즘 철에만 먹을 수 있는 신비복숭아라는 걸 샀어요. 00씨 생각나서 샀는데 오늘 퇴근 후에 만날 수 있어요?"
"아뇨, 오늘 저녁에는 약속이 있어요. 어쩌죠?"
"그럼 기다려요. 내가 그 쪽으로 갈게요. "
30분 후에 그녀의 어머니가 집에서 담근 고추장을 덜어 담은 유리반찬통과 신비복숭아 한 봉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뜨거운 커피까지 사 가지고 회사 앞까지 차를 몰고 나타났다. 부랴부랴 사무실에 있는 책 한 권과 음료수 한 개를 들고나가서 친구를 만났다. 회사 앞에 오래 주차할 수 없으니 잠시 정차한 상태로 운전석의 친구 얼굴을 본다. 친구는 씩씩한 목소리로 "갈게요." 하고 선물꾸러미만 남기고 채 1분도 멈춰서 있지 않고 쌩 하니 출발한다. 나는 그 선물꾸러미를 가슴에 안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회사 안으로 들어오면서 친구를 생각한다. 그녀는 분명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내가 그녀에게 준 책은 <옥춘당>이다. 옥춘을 좋아하는 엄마와 마음 넓은 아버지를 둔 딸이 쓴 이야기. 그녀는 그 이야기 중 마음씨 넓은 아버지를 닮았다. 주변을 편하게 하면서도 그걸 내색하지 않고 챙기는 걸 즐거워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 그녀는 그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