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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조직이 살아 남으려면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3. 12. 09:13

늦지 않았어. 지금이 그 때야.

  이 직장에 와서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조직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위치에 있어서 지난 2년간은 구태의 행위와 맞서는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2020년도에 6명, 2021년도에 2명이 바뀌면서 구성원이 60% 이상 교체가 되었다.  그러는 동안 작은 조직이라서 안 해도 되고, 그냥 넘어가도 그만이라는 식의 사고방식과 잘못된 근무 방식들을 수정하려고 하는 자와 그 개혁을 반대하는 자와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많이 겪었다.

 작은 조직이라서 관리하기 쉽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은 조직일수록 작은 공간에서 서로 부딪혀야 하는 횟수가 많기 떄문에 의견 충돌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의도적으로 조직원이 관리자의 시도를 반대하고 나선다면 그 직장의 분위기는 와해되어 회복 불가능 상태에 이르기 쉽다.  특히 3의 법칙에 의해 세 명이 의도적으로 반대하고 나선다면 아무리 뛰어난 경영자라도 조직을 이끌어 나갈 수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서로 불편한 장면을 초래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목소리 큰 쪽의 의견을 들어주고 조용히 가자는 쪽을 선택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조직은 목소리 큰 사람 위주로 흐르게 되어 그의 의견이 옳든 그르든 다른 일들도 그의 의견을 눈치 보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기도 하는 것이 작은 조직의 한계이다. 그 한계를 극복하려면 우선 협조를 부탁하고, 참여를 권유해야 하지만 강도가 높은 반대 세력이 많은 경우 그들이 이 조직을 떠나도록 할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보라, 겨울에 쌓인 눈이 적으면 뭉치기가 어렵다. 

  나는 작은 조직일수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시스템이란 조직의 누구나 알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회의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이다.  먼저 월요일마다 기획회의를 연다. 이 회의는 경영자와 관리자, 중간 간부, 업무 회의가 필요한 누구나 참여하는 회의로 한 자리에서 결정을 하고자 마련하는 자리이다. 이런 회의 자리를 마련하면 여러 단계를 거치는 수고와 오류를 최소화하고 한 자리에서 결정하여 누구나 알고 있으니 따로 알릴 필요가 없어서 업무의 진행에 효율적이다.  또, 업무 담당자는 자신의 업무에 대한 수고를 알아주는 다른 조직원들의 인정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되고, 그에 따른 책임감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회의는 전제 직원회의이다. 월 1회 실시하는 회의에는 가능한 모든 직원이 참석하여 그 달의 행사 일정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한다. 각종 연수뿐만 아니라 회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기획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한 자리에서 모든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 삼는다. 단, 회의 진행자는 미리 회의 안건을 수집하고, 안건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는 관리자와 경영자가 미리 알고 회의에 참여하여 일의 향방을 결정하도록 한다.

 올해는 13명의 교원을 3개의 팀으로 구성하였다. 각 팀은 4-5명으로 구성하고, 두 명의 부장과 한 명의 중견 직원을 팀장으로 세우고, 팀장을 중심으로 매주 목요일 회의를 갖도록 하였다.  작은 조직이기에 따로 국밥처럼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작년까지의 풍토를 지양하고, 나의 의견이 아니라 우리 팀원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 나의 의견을 말하도록 구조를 바꾸었다.  그러다 보면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의견보다 상부상조하는 방법, 나도 좋고 동료도 좋은 방법을 찾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하였다. 다행히 성공적이다.  구성원이 바뀐 이유도 있지만 다들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노력한다.  감사하다. 나의 일은 그들을 신뢰하고 격려하는 일이다. 간식을 지원하고, 담당자의 의견을 최우선시한다.  시작하는 준비를 하는 2월에는 나태주 시인의 <마음을 얻다>라는 시를 선물하였다.  있는 것도 없다고 네가 말하면 없는 것이고, 없는 것도 있다고 네가 말하면 있는 것이다. 후회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