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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걷기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3. 8. 16:38

주말에 맨발걷기를 했다.

자주 다니는 산을 맨발로 올랐다.

가족과 함께 갔다.  가족들이 호흡을 함께 해 주었고, 속도를 나에게 맞춰주니 천천히 걸어서 여유로웠다.

 먼저 분수공원에 있는 잔디밭을 걷고, 몇 년전에 불이 나서 다시 조성한 소나무 숲 길을 걸어 올라서 팔각정 아래에서는 큰 길과 작은 길의 갈림길 앞에 선다. 갈림길에서는 늘 물어 본다. 어디로 갈까? 함께 간 사람의 대답은 늘 같다. 좁은길~

좁은 길은 가파르지 않으나 앞에서 사람이 오면 비켜서야 한다. 나무 등걸이 드러난 부분도 종종 있다. 맨발로 가다보면 뾰족한 바위 부분을 지날 때는 천천히 걸어야 한다.

 맨발로 걷기에는 차가운 날씨이기도 했으나 상쾌했다. 발도 발갛게 상기되었다. 아니 차가워서 발갛게 보이는 지도 모른다. 목에 목도리까지 두르고 맨발로 걷다니.... 봄은 이미 가지에 물이 올라서 초록빛을 띈다. 

 맨발 걷기는 발에 온 정신을 쏟아야 하니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어서 좋다.  땅이 마르면 마른대로 질면 진대로 고스란히 땅의 기운을 느끼다 보면 자연과 하나된 느낌이다.  솔잎과 나뭇잎이 낙엽이 되어 쌓인 길은 푹신한 느낌까지 전해 받는다.  제일 좋은 것은 신발의 무게를 느끼지 않고 오롯이 나의 몸으로 자연을 겪어내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이 함께 해서 내 느린 발걸음을 기다려 준 덕분에 더욱 즐거운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