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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무치(角者無齒)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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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무치(角者無齒)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3. 4. 15:59

어느날 농부가 밭을 갈고 황소를 몰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났다.

"저건 뭐죠, 주인님? 고양이를 닮았는데 고양이 보다 훨씬 큰데요?" 하고 뒤를 돌아보니 주인은 벌써 달아나고 보이지 않았다. 

'아, 주인이 저 짐승이 무서워서 도망갔구나.' 생각하던 황소의 등에 호랑이가 올라탔다.

'아이고, 이제 나는 꼼짝없이 죽었구나'

황소는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고 말았다.

 

 두 달뒤 다른 농부가 황소를 몰고 오다가 호랑이를 만났다.

황소가 주인을 보고 물었다.

"저건 뭐죠, 주인님? 고양이를 닮았는데 고양이 보다 훨씬 큰데요?"

그러자 농부가 황소에게 말했다.

"누렁아, 저건 호랑이야. 호랑이 보다 네가 더 덩치가 커. 잘 봐. 뿔이 있니? 없니? 저건 뿔이 없지? 넌 뿔이 두 개나 있어. 다만 저 놈이 네 등에 올라타게만 하지 않으면 네가 질 리가 없어."

호랑이가 황소의 등에 올라타려고 다가왔다.

그러자 황소는 뿔을 들이밀어 다가오는 호랑이를 받아버렸다.

호랑이는 뿔에 받혀서 죽고 말았다.

 

우리가 각자무치(角者無齒)를 말할 때 뿔이 있는 것은 이빨이 없다.

그러니 사람마다 재주가 다르다, 그러니 세상이 공평하다 라고 해석한다.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농부다.

농부는 우리가 기억하는 정보일 수 있다. 기억 정보는 즉, 나(我)다.  그동안 쌓아온 정보를 활용하는 힘, 자신감이다.

호랑이를 처음 보았을 때 기억정보에 없는 대상은 기억정보에 없기 떄문에 불안감이 두려움으로 크게 작용하면 대응할 힘을 잃고 바로 자신을 포기하고 만다.  그 때 자신이 가진 기억정보 중에 자신이 가진 '뿔'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것을 깨달은 두 번째 이야기의 '황소'는 '자신감'을 갖고 자신이 가진 '뿔'을 가지고 '이빨'을 가진 호랑이를 대응할 때 두려움을 갖지 않았고, 자신이 가진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었다.

 

 각자무치(角者無齒)이야기에서 생각해 볼 일은 내가 가진 '뿔'이 무엇인지 아는 일이다.

사람은 '뿔'이 없으니 말이다.